결혼생활

30대 초반 백수 여자(intj) 결혼 연애 현실 (fact. 소개팅 어플)

리치여우 2023. 12. 15. 12:27

91년생 여자(intj) 백수인 나의 이야기

32살, 남자친구(esfp)와의 이별
퇴사 하고 백수가 되었을 때 아직 결혼 준비가 안되었다는(이거 다 핑계임) 연하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 당시 남자친구는 해외 장기출장이 잦았는데 나와 헤어진 후 지구 반대편으로 2년 장기출장을 갔기 때문에 미련을 더 쉽게 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이별하고 1달간 살이 쭉쭉 빠졌다. 나는 27살이 첫 연애였고 30살에 모쏠과 다름 없는 늦깍이 연애를 했다. 이별 할 때 가장 슬펐던 점은 수많은 추억을 쌓은 제일 친했던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다시는 이런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식욕이 없고 밥먹다가도 눈물이 나고 샤워 하다가도 눈물이 나고 역시 다이어트는 마음고생 다이어트가 최고시다. 

32살, 소개팅 어플에 미치다
이별 후 3주? 쯤 지났을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소개팅 어플을 또다시 깔았다. 전남친도 소개팅 어플에서 만났는데 정말정말 찐으로 착했음. 보는 눈이 있다면 친구가 소개해주는 소개팅이 아닌 어플을 통해서도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정사나 엄마가 소개해 주는 남자들은 주로 돈이 많고 키작고 못생기고 성격이 이상했다. 하지만 소개팅 어플에서는 잘생기고 키 큰 사람이 존재(?)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나는 1순위가 키. 2순위가 외모. 3순위가 직업이기 때문에 어플을 선택했다. 이상한 사람도 많은데 그런 이상한 사람들에게 걸린 착한 여자들은 충격을 먹고 어플을 탈퇴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은 뭐다? 여자가 적기 때문에 슈퍼 갑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나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도전정신이 강하다는 거다. 지방에서 소개팅 어플을 통해서 일주일에 3번정도 만남을 가졌다. 어떨때는 하루 2탕을 뛰면서 누굴 만났었는지 기억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왕 화장해서 나가는거 2명을 만나면 ㄱㅇㄷ아닌가? 여기서 성공 팁을 하나 주자면 어플 프로필은 제일 이쁘게 나온 보정 떡칠 사진을 올리고 카톡은 조금 잘나오긴 했지만 무보정 사진을 올리는 것이 낫다. 카톡사진을 보고 만남이 취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렇게 하면 서로의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음. 덕분에 나는 만나는 남자들마다 실물이 훨씬 이쁘다면서 에프터를 받을 수 있었다. 

32살, 새로운 남자친구(enfp)
소개팅 어플을 돌리다가 전남친과 헤어진지 2달이 채 안된 시점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 한눈에 반했다거나 운명이라거나 그런 것을 느끼지는 않았음. 그저 이사람 뭐지? 싶었다. 내 기준으로 정신산만하고 첫만남 이후로 이상한 사랑 노래를 카톡으로 보내질 않나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는 골든 리트리버 같았다. 근데 뭔가 물흐르듯이 진행되면서 처음 만남으로부터 딱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사귀게 되었고 사귄지 2주만에 웨딩 박람회를 함께 다녀왔다(구경이 목적이었음) 한달이 채 안되어서 양가 부모님을 뵙고 어쩌다보니 양가 친척들을 만나기도 했다.

 

32살, 만난지 두달만에 상견례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견례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 내 소식을 알렸더니 어떻게 만난지 2달만에 결혼 준비를 하냐고 4계절은 만나보고 결정하라고 난리였다. 하지만 남편은 키 큼,  (내눈에는)잘생김, 직업 좋음, 나이 1살 차이, 같은 대학 졸업, 같은 무교, 시댁 터치 일절 없음. 성격도 정 반대라서 서로 보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33살, 동거 시작

예식장을 잡고 회사 근처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남자친구와 계속 붙어 있는 기분이라 그저 행복했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한가지. 다투다가 울었는지 사과 하다가 울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내가 울었고 그걸 보고 남편도 함께 울었다. 나는 눈물이 많은 사람인데 내가 우니까 슬프다고 따라 우는 남편(1년 동안 이 때 딱 1번 울었음)을 보면서 내가 슬플때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결혼 확신이 들었다. 그 외에도 성실하고, 이러한 부분은 바꿔달라고 요구하면 기억해놨다가 바꿔주고, 내가 좋아하는걸 챙겨주고, 시키면 왠만해서는 다 해주고(시켜야 하는게 문제지만...), 뭐든 나랑 함께 하고 싶어했다. 남편이 뽀뽀를 얼마나 많이 해대는지 한번은 좋다고 내 볼을 쭈왑쭈왑 빨다가 내 볼에 멍이 들었다ㅡㅡ. 적당히를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남편에게 뿔테안경을 사줬는데 그걸 끼고 있으면 찐따미가 철철 흐르면서 너무너무 귀엽다. 미치도록 귀여워서 정신을 못차림. 내 글이 횡설수설하구만...(머쓱 코쓱)

 

33살, 초스피드 결혼

첫 만남으로부터 8개월이 지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외롭지는 않았지만 외로울 것 같아서 결혼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30살이 훌쩍 넘은 내가 과연 괜찮은 남자와 결혼을 할 수 있을지, 노처녀로 혼자 살아가게 되는건 아닌지 너무나도 두려웠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지방 사는 여자들은 결혼이 더 빠르다면서 33살은 거의 끝물 취급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 동갑 결혼 안한 애들 수두룩... 나는 아이를 원하기 때문에 35살까지 결혼을 하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비혼주의 코스프레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도 결혼을 할 수 있었다. 

 

33살, 결혼 후의 삶

어쩌다 보니 백수가 되었고 타이밍이 안좋아서 이제서야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집에서 놀고 있다. 논다고 해야 하나 영상편집을 한다고 해야하나? 곧 이사 갈 예정인데 집이 너무 좁아서 힘들다 흑흑. 사실 집이 그리 좁은것도 아닌데 둘 다 옷이랑 짐이 많다. 미니멀리스트? 어림 없지! 풀소유 갑니다!!! 가끔 시댁에 가는데 나는 시댁에서 휴대폰만 본다. 어머님이 밥상을 차려 주시면 먹고 후식도 먹고 다시 휴대폰을 본다(어머님이 절대 설거지 못하게 막으심) 남편은 내가 시댁에서 휴대폰만 보고 있어도 집에 가자는 말을 안해서 그저 좋다고 해줘서 고맙다. 가끔 남편이랑 친정에 가는데 친정에서 남편은 휴대폰을 못본다. 우리 엄마 비위 맞춰줘야 하고 우리 아빠 말상대를 해줘야하기 때문에 군기가 바짝 들어있다. 아이고 이런...가끔 내가 엄마 아빠의 말을 그대로 전달해서 남편의 심기가 불편해지기도 한다. 중간역할은 어떻게 하는거지??

 

가족의 지지

어제는 볼일이 있어서 혼자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가 O서방이 잘안해줘서 못살겠으면 애(아직 없음) 고아원에 버리고 몸만 쏙 오라고 엄마랑 같이 살자고 했다. 언제는 결혼 빨리 하라고 결혼 하기 전까지는 절대 독립 안된다고 사람을 들들 볶아 놓고... 결혼 하고 나서는 임신 빨리 하라고 또 들들 볶는 중이면서... 손주 낳아 놓으면 나보다 더 이뻐할 꺼면서!!! 그래도 엄마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든든하긴 하다ㅎㅎ

 

30대 초반에 남자친구와 이별하고 결혼을 못할까봐 걱정이 참 많았는데 이렇게 초스피드로, 주변에서 다들 놀라는 그런 결혼을 하게 될 줄이야. 어느정도 운명을 믿고 있긴 했는데 내게도 이런 인연이 찾아 올 줄은 몰랐다. 혹시 지금의 남자친구가 '너랑 결혼 하긴 할건데 아직 결혼 준비가 안되었다. 기다려 달라'고 한다면 그 사람과는 운명or결혼 타이밍이 아니니 뻥! 차버리고 얼른 진짜 운명을 만나시길.